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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 프로젝트 : ① 사연자 A 씨의 이야기 (« 저는 가정폭력 피해자입니다. »)

우리들의 이야기

by 심리 스케쳐 2023. 2. 4.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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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사연을 시작하기 전

 

작년 말에 시행했던 프로젝트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 (심리 프로젝트 참여자 모집) (tistory.com)). 걱정이 많았는데 생각 외로 많은 분들(대다수 모르는 분들과 프로젝트에 먼저 관심을 가져주신 내담자 분)이 참여해 주셨다. 다시 한번 참여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다.

이 프로젝트는, 그룹 상담처럼 ‘나’와 비슷한 아픔과 상처를 공유하면서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들이 어떻게 어려운 순간들을 극복해갔는지 이야기를 들어보면 우리에게 참 많은 힘과 격려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오래전부터 해 보고 싶었던 프로젝트였다.

처음 시행하는 프로젝트라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배우는 것이 참 많았다. 특히나 나와 심리 작업을 하지 않아도 어려운 순간들을 극복하거나,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시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는데, 이 덕분에 심리상담가이기 이전에 한 개인으로서, 그리고 인간으로서도 느낀 것이 많았다.

 

참여해 주신 분들께 질문은 총 다섯 가지를 드렸다. (1. 짧게나마 당신의 인생 이야기를 ‘우리들에게’ 들려준다면 ? / 2. 기억에 남는 힘들었던 순간, ‘우리들에게’ 들려준다면 ? / 3.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극복하셨는지 ? 혹시 아직도 극복 중이시라면, 어떻게 이겨내고 계신가요 ? / 4. 그렇게 열심히 살아온 ‘나’ 자신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 주고 싶으세요 ? / 5. 당신과 비슷한 이야기를 지금 겪고 있는 그 누군가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 주고 싶나요?)

 

신상을 공개하지 않기 위해, 어떤 분들의 이야기는 내용을 이해하는 데에 어려움이 없는 선에서 동의 후 내용을 조금 수정했다. 또한, 연락을 먼저 주셨지만 끝내 공유를 원하지 않으셨던 분들도 계셔서, 공유하기 원하셨던 분들 중에서만 사연들을 공개하는 점을 참고해 주셨으면 한다.

 

이 글을 읽으면서 그 누군가가 ‘나’의 이야기 혹은 소중한 누군가의 이야기인 것 같아 공감을 하거나, 같은 주제의 아픔을 갖고 있지 않더라도 작은 위로를 받거나, 혹은 어떠한 통찰을 얻을 수 있다면 매우 기쁠 것 같다.

 

 

오늘은 사연자 분들의 이야기 중, 가장 먼저 나에게 연락을 주셨던 사연자 A 씨의 글을 올리려고 한다.

 

 

사연 1 : 사연자 A 씨의 이야기 (« 저는 가정폭력 피해자입니다 »)

 

1. 짧게나마 당신의 인생 이야기를 ‘우리들에게’ 들려준다면 ?

저는 한국에서 태어나 자랐어요. 남들이 보기에는 평범하게 학교를 다니고, 평범한 삶을 사는 것처럼 보일 것 같은데 사실 저는 가정폭력 피해자예요. 아버지로부터 가정 폭력을 당했어요. 학교에서 모범적이고, 공부를 잘하고, 친구들과 즐겁게 놀았는데 집에 오면 술 취한 아버지의 정신적, 신체적 폭력에 시달렸어요. 친한 친구들도 저의 그런 상황을 몰랐죠. 친구들이 저의 어두운 표정을 눈치를 챌 수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집과 밖에서 나는 매우 달랐던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항상 집을 떠나기를, 한국을 떠나기를 바랐던 것 같아요. 프랑스에는 우연히 오게 되었지만, 지금은 프랑스에 정착해 유학 생활을 하고 있어요.

 

2. 기억에 남는 힘들었던 순간, ‘우리들에게’ 들려준다면 ?

 

기억에 남는 힘들었던 순간은… 사실 너무 많아서 어떤 것을 이야기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그저 어머니와 저가 술 취한 아버지의 구타를 맞고 있을 때, 남동생이 남자라고 나서서 보호하려고 했던 순간이 제일 먼저 떠올라요. 함께 남동생과 부둥켜안고, 서로를 지키기 위해 나를 때리라고 했던 순간이 기억나네요.

 

3.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극복하셨는지 ? 혹시 아직도 극복 중이시라면, 어떻게 이겨내고 계신가요 ?

 

한국에서 학교에 다닐 때 심한 우울증이 찾아와서 정신과 치료를 받았었어요. 자살 시도도 한 적이 있었고요. 약물과 정신과 방문은 사실 그렇게 도움 되지 않았던 것 같고요. 가장 저를 도와줬던 것은 저희 가족이었던 것 같아요.

저는 운이 좋게도 아빠를 제외한 가족과 너무 좋은 관계를 유지했었기 때문에, 항상 힘들 때마다, 우울증 때문에 정신과를 다녀올 때마다 응원해 줬던 가족 덕분에 극복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프랑스라는 나라에 와서, 나를 위한 삶을 사는 것이 큰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4. 그렇게 열심히 살아온 ‘나’ 자신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 주고 싶으세요 ?

 

좀 부끄럽긴 한데.. 나 자신에게 하고 싶은 말..수고했다 ? 우울증 때문에 힘들었을 때 포기하지 않은 것 정말 잘했다 ? 앞으로 내가 선택한 나라에서 행복하게 살자 ? 이 정도로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5. 당신과 비슷한 이야기를 지금 겪고 있는 그 누군가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 주고 싶나요?

 

먼저 그런 폭력적인 환경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빨리 벗어나라가 제일 하고 싶은 말인 것 같아요. 그리고 혼자 다 안고 살지 말고 지지할 수 있는 친한 그 누구에게 꼭 현재의 상황을 이야기하는 것도 중요한 것 같아요. 그리고 포기하지 말라는 이야기. 지금 당장은 힘들고 죽고 싶어도 상황이 달라지니까 정말 살만 해지더라고요. 그래서 그런 환경에서 벗어나도록 빨리 나의 삶을 계획하고 개척해나가셨으면 해요. 힘내셨으면 좋겠습니다.

 

 

A 씨의 사연을 접하고…

 

사연자 A 씨의 이야기를 읽고 정말 가슴이 아팠다. 사연자 A 씨의 글을 옮겨 적는 이 순간에도, 가슴이 먹먹해진다. 나도 나만의 아픔과 상처를 가지고 있는데, A 씨와 완전히 똑같은 상처가 아닐지라도, 인생의 어떤 순간들이 얼마나 찢어질 듯 고통스러울 수 있는지 어느 정도 감히 공감이 갔기 때문이다.

‘요약된’ A 씨의 문장들 안에는 얼마나 커다란 고통이 숨어져 있을까 ? 자살 시도까지 하셨다고 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A 씨는 끝내 자신의 삶과 행복을 선택하였다. 분명 강하신 분이다.

그런 A 씨의 말씀 모두가 소중하지만, 특히나 마지막 부분이 눈에 띄었다. (‘그리고 포기하지 말라는 이야기. 지금 당장은 힘들고 죽고 싶어도 상황이 달라지니까 정말 살만 해지더라고요. 그래서 그런 환경에서 벗어나도록 빨리 나의 삶을 계획하고 개척해나가셨으면 해요.’)

죽을 것 같이 고통스러운 순간들도 시간이 지나고, 상황이 달라지면 변한다. 나 또한 동감하는 내용이다. 물론 그 과정을 헤쳐나가는 것이 어렵고, 그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그러나 한 가해자 때문에 앞날에 행복, 그리고 ‘나’ 가능성들을 저버리는 것은 너무나 안타깝다는 것 또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일 것이다.

물론, 그 과정을 헤쳐나가는 것이 너무나 버겁다면, A 씨의 말씀처럼 혼자 모든 걸 끙끙 안고 갈 필요가 없다. 도움이 필요할 때는, 도움이 필요하다고 ‘솔직하게’ 말해 필요한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상황이 달라지기 위해, 가정 폭력의 피해자로서 삶을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나’의 삶을 이끄는 주체'가 되기 위해 사연자 A 씨는 많은 노력을 하셨을 것이다. 그런 A 씨에게 무한한 경의를 표하고 싶다.

그리고 이 글을 읽고 있을 분들 중 A 씨와 비슷한 이야기를 가지신 분이 있으시다면, 당신께도 무한한 경의를 표한다. 아직 헤쳐나가는 중이라고 하더라도. 당신에게 일어난 어떠한 일들은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 당신의 행복한 앞날을 생각하시면서 조금만 더 힘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https://psy-haewonno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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