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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기대어도 괜찮아요.

당신에게 쓰는 편지

by 심리 스케쳐 2021. 4. 3. 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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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unsplash : @priscilladupreez

 

 

  임상심리전문가로서 일을 시작하면서, 상담 전 "제가 상담해도 괜찮을까요?", 혹은 "(남이 알면 안되는데) 이거 정말 비밀유지 되는 거 맞죠?" 등의 질문들을 많이 받습니다. 주위에서 간혹가다 "상담은 받고 싶지만 두려워 "라는 지인들도 있구요. 내가 상담을 해도 괜찮을까, 비밀 유지는 정말 되는걸까 궁금하고, 혹은 상담 자체에 대한 거부감이나 두려움이 드는 것은 사실 당연하고 정당한 거죠.

 

타인의 시선이 무서워서 

 

 

  하지만 이런 질문들이나 코멘트를 받을 때마다 저는 그 이유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해보았습니다. 물론 개인마다 각자의 정당한 이유가 있겠지만, 비밀 유지가 되는지, 내가 상담을 해도 괜찮은건지를 물어보는 분들의 내면에는 바로 '타인의 시선'이 무서운 것도 없지 않아 있을 겁니다.

 

    사실 이는 한국 사회의 정서 때문일 때도 있는 것 같습니다. 한국의 경제와 사회가 발전할수록, 다른 선진국처럼 '웰빙', 혹은 '정신 건강'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여유와 관심이 많아졌기 때문에 이제 한국 사회에서도 심리치료, 심리상담, 정신과 치료 등에 대한 인식도 많이 좋아지고 있는 것 같아요. 그렇지만 제 주위에서, 혹은 상담 요청을 하시는 분들의 잦은 질문들을 돌이켜 생각해봤을 때, 아직도 어딘가에서는 심리상담에 관해 부정적 인식이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공동체 문화를 중시하는 한국에서, 내가 속한 그룹에서의 나의 정체성과 소속감은 당연히 중요한 것이고, 남들과 조금만 달라지거나 비정상처럼 보인다면 아주 큰 위기처럼 느껴지죠. 

 

 사실 임상심리전문가가 되기 전 이상적인 치료적 동맹관계와 분석을 위해서 자신을 돌이켜보도록 임상심리가 또한 심리상담이나 치료를 받는 것이 권장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인 이야기이지만, 저 또한 어렸을 때 정신적 아픔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아본 적이 있구요. 

 하지만 어렸을 때 '개인적으로' 느껴던 한국 사회는 정신과나 정신병동에서의 치료, 심리 상담 등을 받는 사람들에 대해 부정적이고 차가웠습니다. 몸이 아프면 병원에 가는 것처럼 정신이 아플 때 정신과나 심리상담센터에 가는 것이 당연한데, 사람들이 '나'를 정말 미친 사람처럼 대할까봐, 주위 사람들의 인식이 부정적으로 바뀔까봐 괜히 쉬쉬하며 숨어버리는 것이죠.

 

심리 상담 자체에 회의적인 시각 

 

 

    사회로 멀리까지 안나가도, 친구들이나 가족들, 혹은 애인도 심리상담 혹은 심리치료에 대해 괜히 더 비판적이고 회의적일 때가 많습니다. "우울? 그런 거는 너가 그냥 정신머리가 허약해서 그래, 잊어버려 그냥", "에이, 무슨 심리 상담? 그냥 친구한테 말하는 거랑 똑같지 뭐." 등의 말을 들어본 적이 있으신 분들도 있을 거예요. 

사실 이런 말이 들릴 때면, 심리 상담과 그 역할에 대해 정확히 잘 모르는 경우가 많더군요. 하지만 당연히 우리가 잘 모르는 것에 대하여 두렵고 불안할 것이 당연합니다. 내가 이미 알고 습관처럼 해온 것이 더 안정적으로 느껴지고, 그것에 안주하고 싶을 거예요. 그렇지 못한 것은 회피하고 싶고, 배척하고 싶고..우리는 더 '방어적'일 수도 있겠죠.

그래서 심리 상담과 그 역할이 정확하게 무엇인지 알아보는 것은 정말 중요한 일입니다. 이는 다음 포스트에서 자세하게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나' 스스로에게 꼬리표를 붙이는 습관

 

   

  심지어 '나' 자신 조차도 심리상담에, 혹은 '나 자신'에게 회의적일 때도 있죠. "나는 항상 이랬는데, 내가 바뀌겠어?, "내가 약해보이지는 않을까? 내 아픈 치부를 드러내고 싶지 않은데..." 등의 말을 나 스스로에게 주문처럼 하면서요. 어느새 나 스스로에게 부정적인 꼬리표를 단 셈이죠.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인정하여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은, 사실 큰 용기와 자기 확신이 필요한 일입니다. 도움이 필요한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거나 인정하지 못한다면, 사실 그에 대한 치유와 문제 개선도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저는 상담 세션을 한 내담자 분과 시작할 때, 진심을 담아 항상 이렇게 말합니다 :  "상담 요청 자체도 정말 용기가 필요한 일인데, 큰 용기를 내셨어요. 정말 대단하세요" 라구요.  

 

하지만 만약 아직도 용기가 나지 않으시다면, 그런 분께 저는 이렇게 꼭 말하고 싶습니다.

"이제는 기대어도 괜찮아요."

 

    앞서 말했던 내용이 자신의 이야기처럼 느껴지시고, 심리 상담이 그래서 두려우시다면, 다음과 같은 말들을 꼭 해주고 싶어요 :  

 

마음이 아픈 것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예요.
나의 정신 건강을 위하여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로 하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고,
당신의 당연한 '권리'입니다. 절대 부끄러운게 아니예요.
마음이 아픈 것을 '그냥 잊어버릴' 수도 없을 거예요.
아픈 상처를 치료 없이 방치하면 상처가 곪거나 심해지는 것처럼,
나의 아픈 마음을 돌이켜보고, 치료해주지 않으면
마음의 상처가 더 곪아져서 삶이 더 힘들어질 수 있어요.

 

 그래도 심리 상담이 지금으로서는 힘드시다면, 자신의 내면을 스스로 돌이켜보고 찾아가는 노력을 한번 해보시고, 절대 멈추지 마세요. 제가 그 여정을, 진심을 담아, 응원하겠습니다. 

 

 

임상심리전문가 노해원

https://psy-haewonno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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