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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리고 언제 심리상담이 필요할까?

심리 스케치

by 심리 스케쳐 2021. 4. 3. 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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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nsplash : Harli Marten

 

심리상담이란?

 

 

    심리상담이라는 말은, 한자의 뜻으로만 보면 '(심리에 대해여) 서로(상 相) 이야기(담談)를 나누다'라는 뜻이죠. 사실 '대화'의 기능과 그 중요성은 심리 뿐만 아니라 인간 관계를 다루는 모든 분야에서 나타날 것입니다. 그런데 가끔 심리상담에 대해 그냥 '친한 친구에게 문제를 터놓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것과 똑같다', '왜 돈을 주고 대화를 해요?' 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친한 친구나 가족에게 문제에 대해서 불평하고, 함께 눈물을 흘리는 등 친구나 가족과의 신뢰적 관계에서 심리상담처럼 치유적인 효과를 볼 수도 있죠. 그렇지만 심리상담이란, 그저 심리를 주제로 자유롭게 대화를 하는 것이 아니라, 대화를 수단으로 심리적 문제 개선과 치료를 이루어가는 것이고, 친구에게 문제를 터놓는 것과 다른 필요성과 중요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럼 과연 그 필요성과 중요성이란 무엇일까요? 어떻게 심리상담과 일상 생활에서 이루어지는 지인과의 대화와 다를까요? 

 

 

'말'의 힘과 그 깊이 

 

 

    정신분석의 아버지 지그문트 프로이트, 아마 다들 들어보셨을 겁니다. 오스트리아 빈 출신의 정신과 의사였던 프로이트는 19세기 말에 새로운 심리 치료 방식을 정립시켰는데, 바로 '정신분적적 치료법' (La cure psychanalytique) 입니다. 그 당시에는 사실 고전적인 정신의학의 방법들이 당연시되고 널리 통용되었는데요, 주로 환자들에게 약물을 처방하거나 정신병동에 입원을 시키는 방식이었습니다. 그 당시의 정신의학과 달리 프로이트는 환자들에게 약물 처방을 하거나 정신병동에 입원을 시키지 않고, 그저 환자와의 긍정적 관계 속에서 환자를 경청하고, 점차 자신이 연구하고 구축해나간 정신분석적 기술들을 사용하면서 함께 '말'을 나누었습니다. 물론 말의 공백, 즉 '침묵'이나 다른 행동들도 하나의 상징적인 의미로서 '말'과 같은 역할을 하지요. 정신분석 치료법은 그리하여 이 모든 것을 포함한 '말'로써 가능한 치료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습니다. 하지만 그저 우리가 매일 행하는 '말'을 수단으로 한다고 하여, 정신분석에서의 '말'의 의미와 그 깊이가 그리 간단한 것은 아닙니다.

    사실 우리가 어떤 상황에 처했을 때, 그 상황을 보고 듣고 이해하는 것보다 가끔은 '말'을 통해 표현하는 것이 매우 어려울 때가 있죠. "아, 이해는 하긴 했는데 말로써는  뭐라 표현을 못하겠어." 라는 말, 혹은 "말하고는 싶지만 뭐라 할 말이 없네.." 라는 말, 혹시 하신 적이 있거나 주위에서 들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즉, 인지한 것을 '말'이라는 이차적인 상징 과정을 통해 나타내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과정이 필요한데, 가끔은 그 과정이 복잡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를 위해서는 인지한 것을 '내'가 받아들이고 '나'와 통합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일상 생활에서 인지하게 된 경험들, 심지어 내가 인지하지 못하는, 무의식 속에서 경험한 것들에 끊임없이 노출되어 있고, 이것들을 사실 다 소화하고 통합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입니다. 특히 그러한 것들이 '나'를 보호하기 위해 나의 정신체계가 부정적 기억들이나 트라우마적 경험들을 억누르거나 왜곡하고, 혹은 숨기는 거라면 그것들을 정상적으로 통찰하고, 통합하고, '말'로써 표현할 수 없겠지요. 또한 불행히도, 제가 만난 거의 대부분의 내담자분들은, 친구들이 많던 적던, 가족들이 지지를 해주던 안해주던, 그런 '말'이 진정으로 가능하게끔 하는, 안전하다고 할 수 있는 장소 조차 찾을 수 없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정신분석에서 분석가는 우선 내담자 분과 신뢰적 관계를 구축하며 어떠한 말도 가능하게끔 하는 안전한 장소를 제공할 수 있고, 그래야만 합니다. 친구나 가족과의 대화는, 무엇보다 내가 함께 자라고 부딪히며, 사랑하는 지인들이기 때문에 그들의 조언이나 경청은 물론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쉽게 서로를 주관적으로 판단하고 평가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나'를 돌아보는 여정에 방해가 될 때가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심리상담가가 지켜야 할 '직업윤리코드' (Le code de déontologie) 에도, 지인들이나 가족들에게 절대 심리상담가로서 심리상담을 행하면 안된다는 규칙도 있고요.

또한 정신체계를 공부하고 숙련한 전문가는 내담자 각자의 내면 이야기에 숨어 있는  '말의 어려움'을 파악할 수 있고, 내담자가 상징적 체계인 말을 통해 소화하지 못한 것을 이해하고 통합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습니다. 물론, 내담자 분들마다의 방어체계나 성향 등의 차이로 각자 그것에 도달하기에는 시간이 다르게 걸릴 수도 있지만요. 

그렇지만 친구나 가족들은 정신심리체계를 전문적으로 공부하지 않았기 때문에, '내'게 정말 필요한 것을 알고 이해할 수 없는 경우가 많죠. 오히려 역으로, 나의 정신적 아픔을 더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특히나 더 조심해야 합니다. 

 

 

왜 심리상담이 필요할까?

 

 

    심리상담이 왜 필요한지는 사람마다 다양할 겁니다. 각자 개인적으로 다양하고, 타당한 이유들을 가지고 있겠지만 거의 대부분 공통적으로 나의 내면적 문제들을 좀 더 잘 이해하고 변화시키고 싶은 거겠죠. 

앞서 말한 심리상담, 특히 정신분석적 관점에서 본 심리상담에서 '말'의 힘과 그 깊이에 대해 생각해보면서, 심리상담이 일상적 '대화'와 다른 이유에 대해서도 알아보았습니다. 그렇지만 조금 더 나아가서, 심리상담의 중요성과 그 역할을 좀 더 살펴보면서 왜 심리상담이 필요한지에 대한 질문에 대답을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앞에서 제가 언급했듯, 저는 상담을 하면서, 생각보다 많은 내담자 분들이 다양한 이유로 '나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자리를 찾을 수가 없어 저를 찾아주신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그 중에 또 상당한 수의 분들이 지금껏 겪게 된 심리적 아픔과 기억들을 자주 억누르고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사실 한국 사람들이 일상 생활에서도 너무나 많이 쓰는 표현이 있죠. 프랑스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바로, '홧병난다' 라는 표현이요. 즉, 화나 스트레스를 계속 참다보니 가슴이 답답하고, 심지어 우울하기까지도 하죠.

    정신분석학에서도 이와 비슷한 상태를 이야기를 하는데요, 바로  '억압'(Le refoulement) 이라는 정신분석적 개념입니다. 사실 이 개념은 프로이트가 (신경의학자 '샤르코'의 영향을 받아) 당시 여성 히스테리아 환자들을 관찰하고 '정신분석'을 탄생시키면서 함께 발전시킨 개념입니다. 프로이트는 초반에 히스테리아 환자들과 내담을 이루어가면서, 내면에 억압된 성적 트라우마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는데, 환자들의 이런 억압된 것들을 '말'과 '최면' 등의 방식을 써서 밖으로 표출하게끔 하자 환자들의 신체적 증상들이 낫게 되는 것을 목격하게 되었습니다. 이는 곧, 신경증적 증상들이 사실은 당시 의사들이 생각했던 것처럼 신체적인 원인에서 온 것이 아니라 내면적 아픔에서 온 것임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프로이트는 '억압'이라는 개념을 발전시키는데, 바로 한 개인의 의식이 정신적으로 견디기 힘든 현상들이나 고통의 원인을 무의식 속으로 감추어 '나' 자신을 보호하려고 하는 방어적 기제를 의미합니다. 물론 모든 사람들이 이 방어적 기제를 무조건적으로 사용하지는 않지만, 저는 제 주의에서 혹은 내담 중에 이를 많이 보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사실, 상담 시간에 우리의 마음을 주전자에 비유하여 자주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주전자에 물을 올려 놓고 계속 끓이다 보면, 압력 때문에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물이 넘쳐흐르죠? 감정 또한 계속 쌓이고, 억압되면 속이 답답하고, 홧병이 나고, 넘쳐흐르게 되어 더 심각해지면 다른 신경증 등을 유발하며 곪는 거에요.' 라고요.

 이런 억압된 감정 응어리를 상담을 통해 풀어주고, 상담 시간 동안 '건강하게' 표출하게 되면, 일명 '카타르시스'라는 치유적 해방감, 안정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런 것을 바로 '심리적 정화작용' 이라고 하죠. 

즉, 심리상담이 왜 중요하냐고 하신다면 내면을 함께 통찰하고 돌아보게 되면서 궁극적인 변화를 이끌어갈 수 있게끔 전문가가 도와주는 것이라고 대답할 수도 있고, 여기서는 다 표현하지 못한, 수 많은 다양한 의의와 역할들을 이야기할 수 있을 거에요. 그리고 이 글에서 주로 이야기한, '나'의 억압된 이야기들을 건강하게 표출할 수 있게끔, 그리고 그를 통해 치유적으로 해방될 수 있도록 하는 점도 이야기할 수 있겠습니다.

 

 

언제 심리상담이 필요할까?

 

 

    사실 '언제' 심리상담이 필요할지 따로 시간이 정해져있지는 않습니다. 다만, 부정적 감정들(우울, 화, 불안감 등)이 어떠한 이유든지 간에 (관계 문제, 실연, 애도, 트라우마, 외부적 사건들 등) 지금 '나'의 삶에 뿌리를 두고 있다면, 그리고 그것의 무게에 짓눌려 나의 현재의 삶이 괴롭고 힘겹다면, 언제든 심리상담이 필요하겠습니다.

물론, 부정적 감정들에 힘들지는 않지만, '웰빙'의 시대에 살면서 나의 내적 정신건강에 관심이 더 생기셨거나 더 챙기고 싶고, 나의 내면을 더 잘 이해하고 싶으신 분들 또한 심리상담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이 글을 끝마치며.. 

 

    인턴 기간 중에 프랑스 병원이나 센터에서 외롭고 고립된 환자 분들을 많이 만나기도 했지만, 사실 일상 생활에서 주의를 둘러보아도 이 세상에는 참 외로운 분들이 많다는 생각을 자주 해요.

말할 사람이 없지만 내 이야기를 해주지 않으면 '나'의 상처는 더 곪고, 이는 심리적 아픔 뿐만 아니라 신체적 증상이나 행동의 문제들까지로도 나타날 수 있는데, 이것이 나의 직업, 관계 혹은 개인적 삶에도 나타나 불편하다면, 시급한 조치가 필요하겠습니다. 물론 전문가와 함께 하는 심리상담이 이상적이긴 하지만, 심리 상담이 경제적인 이유로 부담스러우시다면, 사실 또 다른 형태로 '고립'되신 것이겠죠.

 만약 이 글을 읽고 있는 분들 중에 사회적으로도, 하지만 경제적으로 고립되신 분이 있으시다면,상담 보다는 개인적으로 '건강하게' 표출하실 수 있는 방법을 한번 스스로 고안하고, 고민하여 무조건 찾아내셨으면 합니다. 그 방법은 개인마다 각자 다를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제가 이렇다라고 말씀드릴 수는 없어요. 아마 '나'만의 숙제일 거에요. 사실 '나'를 알아가는 과정 중에 하나로 그것을 생각해보는 것조차 큰 의의를 둘 수 있지요. 물론 심리적 뿌리까지는 뽑아내어 변화를 줄 수는 없을 수도 있고, 시간이 많이 걸릴 수도 있고, 혹은 시행착오도 많이 할지도 몰라요. 하지만 '나'를 돌아보면서, 그리고 지금껏 애써온 '나'를 다독여주는 시간을 가지는 것 자체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제가 그 길을 진정으로 응원하겠습니다. 

  

 

  임상심리전문가 노해원

https://psy-haewonno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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