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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t la vie !

불어 하나, 생각 한 줌

by 심리 스케쳐 2022. 8. 18.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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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개하고픈 불어 단어/표현 : C'est la vie [s la vi]

뜻 : '그게 인생이지', '인생이란 그런거야'

 

©️ unsplash : Greg Rakozy

 

 

 «C'est la vie !». 프랑스에서 살다보면 프랑스인들에게서 심심치 않게 듣는 말이다. 프랑스에서 거주한 경험이 계신 분들도 아마 동의를 하실 거라고 생각한다.

프랑스의 악명 높은 행정 처리를 할 때 일이 잘 안 풀려 시름시름 걱정할 때 프랑스 친구가 ‘C’est la vie’ 라고 하거나, 더 상세한 조언을 듣고 싶은 나를 그저 무심한 얼굴로 쳐다보며 ‘C’est la vie’라고 하면 맥이 탁 ! 풀린 적이 있었다. 누가 그게 인생인 걸 모르나 ? 나도 그 친구들처럼 그저 ‘C’est la vie !’ 라며 쿨하게 지나가고 싶은데, 쉽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날, 친구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나도 모르게 ‘Et ouais, c’est la vie !’ 라는 말이 툭 튀어나왔다. '프랑스에서 오래 거주하고 있기 때문에 나도 프랑스인이 다 되어가는 것인가!'며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프랑스에 갓 도착했을 때 들었던 ‘C’est la vie’ 와 지금 느껴지는 ‘C’est la vie’는 다른 것 같다. 예전에는 참 무심하게 들렸던 ‘C’est la vie’라는 표현을 듣다 보니 점점 수긍하게 되었다.  특히 내가 어떻게 할 수도 없고, 열심히 해도 운 나쁘면 더 일해야 하는 프랑스 행정 처리 실상에 체념하게 되었던 것일까. 분명 그 영향도 있겠지만 거리를 두고 이 표현을 좀 더 생각해보면, 사실 이 표현은 글자 그대로 정말 군더더기 없이, 무심하게 들리고자 하는 의도 없이, ‘그런 것이 진리이고, 인생이다’라는 것이다. 결국 (그 과정은 어렵겠지만) 일어난 일에 대해 ‘인정’하고 ‘수용’해야 하는 사실이 녹아있는 말인 것 같다. 그리고 이 표현은 정말 어쩔 때는 위로가 되는 말이고, 분명 이를 통해 배울 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나쁜 일이 생길 때, 우리 중 일부는 복잡하게 그 일들을 주관적으로 해석하려고 한다. 그리고 가끔은 그 나쁜 일들이 어느새 나의 탓이 되고, 남의 탓이 되기도 한다. 객관적으로 돌아보면 분명 나나 너의 잘못이 아님에도, 일종의 방어 기제로써 ‘나는 왜 그럴까 ?’, ‘쟤 때문이야 !’라며 사실 여부를 떠나 모든 잘못을 떠안거나 떠넘기게 될 때가 있다. 그러나 '나'는 정말 객관적으로 스스로를 돌아보았는가? 조금만 덜 주관적으로 상황을 보려고 하는가? 

내담자와 치료를 이어갈 때 뿐만 아니라 인생에서 살아갈 때, 우리가 중요하게 봐야 되는 점이 바로 이러한 ‘객관성’이다. 나를 괴롭히는 일이 있다면, 이를 객관적으로 돌아보고, 그것이 정말 나로부터 시작된 것인지 아닌지, 내가 고칠 수 있는 부분인지 아닌지를 생각해볼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한다.

그렇게 돌아봤을 때에 그 부정적인 사건이 누구의 잘못도 아니고, 내가 그에 대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면, 어렵고 힘들겠지만 감내하고, 수용할 수 밖에 없다. ‘C’est la vie’라는 표현이 시사하는 바처럼.

안타깝게도 우리는 모든 것을 통제하거나 바꿀 수 없다.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부정하고 싶은 현실과 진리를 어떻게든 바꾸려고 부단히 노력하거나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그 노력을 멈추고 조금씩 그 사실 그대로를 인정하고 수용할 때 ‘나’의 마음은 괴로움으로부터 조금씩 해방될 수 있다.

 

물론 자기 발전이나 긍정적인 변화를 위해 책임 여부를 물을 수 있는 일들도 있겠지만, 그런 것이 아니라면, 그저 재수 없게 부정적 사건들이 반복될 때 ‘왜 ? 도대체 왜 ?’ 라고 묻기보다는, 가끔은 그냥 단순하게 ‘C’est la vie !’ 라고 해보면 어떨까 ?

 

 

« Ce n’est pas votre faute, c’est la vie ! » (당신의 잘못이 아니에요, 그게 인생인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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